돈의 훈련

2008.11.04
창세기 12장 1-3절 말씀은 미국으로 떠나도록 받았던 말씀 중 하나다.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 그 말씀에 순종해서 미국에 왔고 그 말씀을 믿고 모든 것을 떠나 살아왔지만, 한 가지 나를 붙잡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돈이었다. 부모님을 떠났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 경제적으로 부모님께 의지해왔기 때문이다. 늘 이를 위해서 기도해오다가, 이번 여름에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면서 부모님과 기도하고 이제 경제적으로 독립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DBU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5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 나는 여전히 시간제의 보수를 받고 있다. Full-time 풀타임이 되려면 H-1b취업 비자로 전환해야 하는데, 그 수속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지체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약간의 시간의 여유가 생긴 것은 감사하지만, 피부에 와닿는 가장 큰 문제는 돈이었다. 한 시간에 6달러를 받고 일주일에 공식적으로 20시간을 초과할 수 없는 이민법상 내게 돌아오는 돈은 Tax 세금을 제외하면 한 달에 많아야 400달러선. 감사하게도 학교에서 수업비를 내어주기 때문에 수업비의 부담은 줄었지만, 여전히 집세나 생활비가 만만치 않고, 이전부터 누적되어온 빚과 자동차가 고장이 나는 등의 예상외 지출들로 학교에서 받는 보수로 생활을 유지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두 가지, 지출을 줄이는 것과 다른 수입을 구하는 것. 우선 후자를 위해서 가진 물건들을 하나 둘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한국에 다녀오면서 동생에게 DSLR 카메라를 모두 다 주었기 때문에, 주로 사진 편집을 위해서 사용해왔던 24인치 모니터와 태블릿 노트북을 팔려고 내어놓았다. 일과 공부를 위해서 컴퓨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임시로 싼 중고 노트북을 샀다. 전자를 위해서는 우선 가장 쉬운 식비 완전 삭감, 물 안 사 마시고 수돗물 마시기, 기존에 있던 음식과 얻은 음식으로 버티기, 그래도 안되면 뭐 그냥 금식하기. 그리고 또 다른 불필요한 지출, 또는 더 줄일 수 있는 지출이 있는지 지금도 눈을 부릅뜨고 크레딧카드와 은행의 기록들을 노려본다.

물론 부자로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 덕에 부족함 없이 늘 풍족하고 감사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사실 이전에도 군것질이나 쇼핑을 자제하면서 가급적 절약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이번 경제 개편(?)은 마치 근육하고 뼈만 남은 권투선수가 감량하는 듯한 기분이랄까? 도대체 뭘 더 줄이란 말이냐 하는 생각이 처음에는 들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워낙 꼼꼼하지 못한 터라 몰랐지만, 자세히 보니 그래도 더 절약할 수 있는 영역들, 심지어는 어느 의미에서 불필요하지는 않더라도 막을 수 있는 지출들이 있었다. 수돗물도 계속 마시다 보니 이제는 맛있더라.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가장 유익한 것은 내가 돈을 어떻게 쓰는지를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다. 돈이 없다보니 지출이 선명하게 보인다. 또한, 돈이 없다 보니 남에게 주는 것도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어차피 없으니까! 오히려 돈이 더 있을 때가 더 쓰기 어려운 것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돈이 주인이 아니라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 결국 하나님이 모든 것의 원천이시고 주인이시라는 것을 다시 배우고 경험한다. 공중의 새들을 먹이시고 땅의 들풀도 입히시는 아버지, 그분은 내 삶에서도 참으로 그러시다.

곧 풀타임이 되기 전에 이번 기회를 통해서 미리 하나둘씩 돈에 대해 훈련을 시키시는 것 같다. 지금은 아주 간단한 원리들을 체험을 통해서 배우고 있다. 이를테면, 십의 일조는 하나님께, 다른 십의 일조는 이웃에게, 그리고 다른 십의 이조는 저축으로 미리 할당해 둔다던가, 신용 카드는 현금이 있는 만큼만 사용한다든가 하는 식의 기초적인 것들이다. 더 나가서는 돈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고 돈을 쓰는 데 있어서 기준이 되는 원리들을 정립해보자. 그리고 이 모든 재물을 위한 모든 노력과 훈련은 오히려 재물에 마음을 두지 않기 위함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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