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예배를 마치는데, 그 녀석이 잠시 어디를 간다며 슬그머니 나간다. 슬쩍 물어보니 UNT(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졸업식이 있다고. 졸업모나 가운도 없이 그녀석은 혼자 그렇게 졸업식 장소로 떠났다. 아무도 찾아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았다. 떠나는 그녀석 뒤통수에 대고 나중에 가겠다고 소리쳤다.


이날 따라 특별히 예배후 모임들이 더 많았다. 교사회에 선교 미팅에 이것 저것 마무리 지으니 벌써 오후5시가 넘었다. 드르륵. 문자가 왔다. 졸업식이 거의 다 끝났단다. 같이 갈 사람들을 찾았는데 대부분이 다 선약이 있었다. 결국 남아서 놀고 있는 유스 애들 두명을 끌고 출발했다. 늦어서 허겁지겁 가는 중에 꽃다발, 카드, 그리고 용돈 조금을 뽑았다. 


가는데 차에 기름이 거의 없었다. 덴튼Denton까지는 꽤 거리가 있어서 기름을 넣어야 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이미 바늘이 게이지를 벗어나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에어콘까지 끄고 기도하면서 그냥 달렸다. 겨우 도착했더니 이미 행사는 끝이 나 있었다. 전화하니 졸업생과 가족들의 빨간색 무리에서 그녀석이 혼자 나타났다.


꽃다발을 안겨주고 사진을 찍어주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뭐 먹고 싶냐니 한국 음식이 먹고 싶단다. 순두부 집에 갔다. 그래, 순두부. 고작 몇불짜리 메뉴 사주면서 나는 무슨 거하게 한턱이라도 쏘는 양, 먹고 싶은대로 고르라고 괜히 큰소리를 뻥뻥쳤다. 오늘은 너의 날이야, 마음껏 먹어. 축하로 시끄러워야 할 그날이 조용한 것보다도, 그 가운데서 아무렇지도 않게 있는 그녀석을 보고 있는 것이 더 속상해서 나는 더 오버할 수 밖에 없었다.


돌아오며 이야기했다.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당분간은 우선 일만하고 내년 쯤 커뮤니티 칼리지로 시작해 볼까 한다고. 곧 남은 가족마저 다 흩어지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집에다 내려주면서 함께 하나님께서 비전을 보여주시길 기도했다. 


오는 내내 나는 차 안에서 소리도 없는 먹먹한 마음으로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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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 of Artic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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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이가 결혼한다. 건우, 태완이, 그리고 나를 제치고 우리 넷 중 가장 먼저. 중고등부 시절에는 누구보다 여자에 관심없어 하던 녀석이 말이다. 부모님이 미국에 오시기전 잠깐 석이를 만나셨다고 했고, 석이는 부모님을 통해 내게 메모로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 뒤로 몇 번을 연락하러 애를 썼는데 잘 안되었다가, 드디어 오늘 전화가 왔다. 많이 웃었다. 기뻤다. 친구가 결혼한다는 것이 이토록 좋다니. 그리고 너무나 섭섭했다. 함께 할 수 없음이. 굳이 만류하는 내 손사래에도, 결혼식이 끝나는대로 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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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의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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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imagefil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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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연애하고 싶어요." 나와 함께 있는 것이 아직은 편하다기보다 신경이 쓰인다던 그녀는 선명하지도 못한 모니터 화면 너머에서 그렇게 이야기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어쩌면 참으로 소박한 것인데. 같이 손잡고 거리를 걷다가 군것질도 하고 별 것 아닌 주변에 까르르 웃는 그녀를 보며 나도 웃고 함께 영화 보거나 책을 읽고 좋은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그 작은 '함께함'이 너무나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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