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신청

2009.11.03
병무청 관계자 분께 연장 신청 관련 서류들을 스캔해서 이메일로 보냈다. DBU에 취직이 되면서 학교측에서는 취업비자 수속을 진행해 주었다. 하지만 올해 초에 갑작스레 닥친 경제위기에 영주권 수속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미국에 남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한국의 병무법상 현재 상황으로서는 군복무를 위해서 올해 안으로 돌아가야 한다. 

얼마전 부모님께서 병무청에서 연락이 왔다고 하셨다. 아들이 언제 돌아오냐는 전화였고, 어머니는 솔직한 당신의 심정을 말씀하셨다고 했다. 아들은 돌아오겠다고 하지만 부모로서는 아들이 미국에서 직장을 잡고 일하면서 대학원 공부도 다 시켜주는 상황인데 군복무 때문에 졸업도 못하고 모든 것을 그만두고 돌아와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그러자 담당자가 올해 여름에 병무법이 바뀌어서 3년제 대학원이면 28세까지 연장이 된다고 했다. 즉 1년을 더 연장받을 수 있는 셈이고, 그렇다면 나도 최소 대학원은 졸업할 수 있게 된다. International Admissions and Immigration 의 Tim과 Global Leadership의 학장이신 Dr. Bob Garrett을 만나서 알아보니 연장이 가능했고, 그래서 I-20를 연장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들을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그 끝에야 내 신분이 학생비자에서 취업비자로 변경되었기 때문에 더이상 I-20가 발급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관계자분께 전화를 드려 상황을 설명드렸다. 하지만, 방침상 I-20만이 연장신청을 위해 인정되는 유일한 공식 문서라고 하셨다. 대학측에서 공식적으로 3년으로 연장이 되었고 다만 서류 한장이 없는 것 뿐인데 다른 방법은 없냐고 했더니, 안타깝지만 지금으로서는 안된다는 대답이었다. 전화를 끊으며 희망은 갖지 말고 학교 담당자들의 공식 편지들을 한번 스캔이나 팩스로 보내보라고 하셨다.

제출할 서류들을 준비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목요일, 모든 서류를 스캔하고 준비를 끝냈다. 일이 끝나고 학교 수업 2개를 다 끝내고 집에 돌아오니 밤 11시. 잠시 밖에서 조깅을 하면서 기도했다. 그저 하나님의 얼굴만을 구했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끝내고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한동안을 차마 Send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계속 말씀을 보고 기도만 했다. 

힘들었었다. 영주권 수속이 취소되는 결정은 올해 여름, 미진이가 미국에 오기 바로 전 주에 이루어졌었다. 원래 방문의 한 목적이 내년이면 전문의 수련을 마치는 그녀와 함께 앞으로의 진로를 그려보기 위함이었는데 막상 그녀가 왔을 때에 나는 다시 아무것도 말해 줄 수가 없었다. 학부 졸업때 모시지 못했던 부모님을 대학원 졸업때는 꼭 한번 모셔서 미국 여행을 시켜드리고 싶었다. 오래 앉지 못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비지니스석 마련하려 일부러 몇년을 오직 마일리지 크레딧 카드만 써왔고 부모님 입맛에 맞을 듯한 식당이나 좋아하실만한 여행지는 기억해 두어 왔는데, 졸업도 못하고 돌아간다니. 내가 한국에 돌아가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군대는, 결혼은, 진로는...? 과중한 여름 학기의 부담도, 바빴던 오피스의 일이나 유스 여름 사역도 여름 내내 겪어야 했던 내면의 씨름에는 비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내 부르심에 대한 혼란이었다. 하나님은 나를 도대체 어디로 부르셨는가.

이런 내게 하나님께서 이 모든 것이 시작된 지난 여름 이후 주셨던 말씀은 믿음이었다. 믿음. 홈페이지에 들어와 처음부터 이 일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진행되었는지 보기 위해 예전의 글들을 한번씩 읽어보았다. URP가 막히고, 비자를 준비하고, 미국에 들어오고,미국에 와 다시 남는 결정을 하고.. 

하나님은 내게 무엇을 원하실까. 지금 내게 믿음이란 무엇일까. 나는 믿는다. 아버지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음을. 분명히 문을 여실 수 있으신 분이시다. 정말 기도는 문을 열어주실수 있으실까가 아닌 문을 여실까였다. 즉 하나님의 뜻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기도하면서 도달한 믿음의 끝은 하나님 아버지, 바로 그 분을 믿는 믿음이었다. 우주를 창조하신 분. 지금도 모든 것을 다스리시는 왕. 그러나 그 분은 자비와 긍휼의 하나님. 나를 사랑하시는 좋으신 아버지. 

그동안 말씀들을 통해 인도해오셨다. 나를 벗어나 나의 시선을 아버지께 두도록 인도하신다. 아버지께, 앞으로 주어질 열릴 문도 아닌 바로 아버지 당신께만 내 소망을 두기 원하신다. 나로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하도록 예배하도록 이끄신다.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도록 내가 무언가를 해결하려 애쓰지 않도록 하시고 오직 아버지를 믿고 순종함으로 거룩하길 요구하신다.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하나님이 보시는 참된 현실을 보기를 원하신다. 두려워하지말고 담대하기를, 지금까지의 경주를 멈추지않고 완주하기를 도전하신다.

지금까지 나를 인도해오신 여정과 말씀들을 돌이켜볼때 하나님의 뜻은 내가 미국에 남는데 있지 않으실까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의를 위해 미국과 한국의 법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문을 열어주실 것 같다. 하지만 만약 내가 한국에 돌아가 군대에 가는 것이 당신의 뜻이라면 그 또한 기쁨으로, 감사함으로 가리라. 사랑하시는 아버지를 신뢰함으로.

이제 남은 2달이 내가 미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씩 생활을 다시 잡고 훈련을 시작했다. 지난 주부터 몇달을 못한 운동을 다시 시작했고, 기도 시간 및 기초 생활들을 다시 다지려고 한다. 직장에서도 사역에서도 잘 마무리를 지으려 노력을 시작한다. 사실 이 모든 것을 하나님이 그렇게 밀어가시는 것을 느낀다. 

김우현 감독이 최근에 올린 글을 잠시 읽다가 길갈에서의 여호수아에 대한 묵상이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미국으로 떠날 때 나리타 공항에 앉아 붙잡았던 그 말씀. 특별히 할례에 대한 묵상에서 하나님의 거룩에 대한 그 열망, 그리고 가장 강한 여리고 성 앞에서, 그것도 적이 완전 무장하고 기다리는 그 전장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여호수아의 믿음. 나 역시 아무것도 없이 벌거벗어 그 할례를 행한다.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라. 아버지, 당신을 신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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