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아침, 유스 설교 준비를 마무리 짓고 있는데 한 친구에게 메일이 왔다. 하고 싶은 말을 십분의 일도 담지 못한 기분에 메일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추신으로 끝나는 이 장문의 편지는, 어서 움직여야 한다는 주일 아침의 내 바쁜 생각 따위는 저만치 밀어내 버렸고, 나는 자리에서 그 편지를 몇번이고 읽고 다시 읽었다.
늘 나를 기억하고 있다고 시작한 이 메일에서, 오랜 광야를 지나며 고통 중에서 하나님을 다시 만났다는 친구는 이제 하나님 나라에 소망을 두게 된 것 같다고 부끄러운 듯 진실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나를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자기의 기도로 하나님의 천사가 나를 보호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앞으로도 너의 중보자로 함께 하겠다는 약속으로 그의 '불쑥메일'은 끝을 맺었다.
하루 종일, 메일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아침의 마음이 가슴에 맴돌았다.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고 정말 기도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리만치 가슴시립게 다가왔다. 내 호흡이, 결국 내 삶의 걸음이 그 누군가의 중보기도들 위에서 이어지고 있음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아주 위태해보이는 평안한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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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청에 서류를 제출하고 3주가 지났다. 정부의 일이니 빨리 답이 올것이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남은 두달이 아버지께서 내게 허락하신 남은 시간이라면 후회하지 않도록 남은 모든 것을 태워 그 분께 드리고 싶었다. 오랫동안 못했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일과 사역도 갑작스런 마무리를 대비하며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바램처럼 잘 되지 않는다. 이번 Thanksgiving 땡스기빙데이에는 미국에서의 시간을 돌아보며 감사드리고 싶었던 분들께 카드라도 써보려 한다.
지난 3주간 기도해오는데 내 마음은 점점 더 평안해져만 갔다. 아직도 현실 감각이 없는 건가, 이렇게 평안해도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무슨 대단한 깊은 기도를 해서가 아니다. 지금 내 기도는 정말이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아침에 겨우 침대에서 몸을 빼 거실로 나가면 졸음과 씨름하다 무릎 꿇고 엎드려 잠들어버리는게 대부분이고, 점심에 금식으로 얻은 짧은 시간도 보통 계속 일을 하거나 잠시 말씀 읽다 잠들어 버리는게 고작이다.
나의 이 초라한 발버둥 가운데서, 아버지는 잠잠하시다. 침묵이 아닌, 잠든 아이를 조용히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처럼, 고요한 사랑의 외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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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평안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알 것 같다.
너무 고마워 답장을 보낼 수가 없다.
Love God, Love Peo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