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름되기

200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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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밤 10시쯤이면 우리집 거실에서는 일본 친구들이 예배를 드린다. 룸메이트중 하나인 일본친구 마사가 모임을 인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화요일 밤이면 12시가 넘도록 찬양과 기도를 하는데, 방에서 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 흐믓하다. 사실 노래는 잘 못부르지만, 열심으로 찬양하는 소리가 마치 새가 열심히 지저귀는 듯하다. 하나님은 얼마나 이 모습을 귀하게 여기실까.

오늘도 어김없이 기도모임이 있었다. 친구들이 오기 전에 쓰레기를 버리고 밀린 설거지를 하며 부엌과 거실을 청소했다. 10가 넘자 맥스가 일 끝내고 배가 고프다며 들어온다. 장본지가 좀 되어서 냉장고에 뭐가 있나보니 쉰 김치랑 닭가슴살이 있다. 모험하는 셈치고 닭가슴살로 김치찌개를 끓여보기로 했다.

 밥을 앉혀놓고 요리를 하는데 하나 둘씩 일본친구들이 들어왔다. 내가 KSA를 이끌 때만 해도 일본 크리스천 학생들은  불과 5명정도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이 기도모임만 해도 숫자가 아주 많다. 당시 일본 크리스천 학생들의 리더였던 유타가 졸업해서 일본으로 돌아갈 때도 많이 걱정했었는데 이제는 그 자리에 마사가 당당히 서있다.

기도를 시작하는데 귀에 익숙한 노래가 들렸다. 살짝 보니까 ‘기미와~ ‘ 하며 사오리에게 손을 뻗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불러주고 있다. 2주전의 Japan Night저팬 나이트에서 사오리는 예수님을 영접했다고 한다. 실제로 사오리는 그 이후 정말 밝아졌다. 히로라는 친구가 간증을 나누었는데, 이 친구의 간증을 통해 하나님이 많은 일본 친구들의 마음을 만지셨다고 들었다.

사오리는 얼마전까지 남자친구를 따라 우리 교회에 나왔었다. 비록 사오리는 한국말을 못하고 우리도 일본말을 못했지만 영어로라도 사오리를 품기 위해 모두들 나름 노력했었다. 여름에 남자친구가 한국에 있게 되면서 사오리는 혼자서 우리 교회에 나와야 했다. 캠퍼스에 살았기 때문에 주일 아침이면 내가 교회에 데리고 가고는 했다.

신기하게도 사오리는 혼자 교회를 다니면서 오히려 더 적응을 해가는 듯 했다. 특별히 언어 때문인지 유스 아이들과 가까워졌다. 하루는 유스 여름 수련회 때문에 청년부 모임에서 봉사자들을 모집하는데, 불쑥 사오리가 가겠다고 했다. 재정 때문에 돈까지 내면서 참석해야하는 수련회를 가겠다고 하는 사오리에 내가 오히려 당황했다. 아마 하나님이 뭔가 하시려나보다 하는 생각에 그러자고 했다.

수련회에서 하나님은 사오리를 만지셨다. 그것은 눈으로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사오리가 무언가 망설이고 있음도 선명했다. 밤이면 가졌던 리더모임에서 하루를 나누는 중에 성령께서 사오리에게 복음을 나누게 하셨다. 사오리는 눈물을 흘렸다. 알것 같다고. 하지만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했다. 그녀 안에서 분명 무언가 주저케하는 것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감사했다. 하나님께서 계속 역사하시길 기도했다. 얼마후 사오리는 남자친구과 관계를 정리하게 되면서 더이상 교회에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들어보니 감사하게도 일본교회에 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녀 한 영혼이 아버지께 돌아오기까지 몇 년을 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기도가 필요했다. 우리 교회가 그 가운데 속해있었음이 너무나 감사했다. 오늘 사오리가 이 그룹에서 축복을 받으며 기도하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마음이 기뻤다. 이 기쁨은 2년전 Japan Night에서 내 감정과 관계없이 터져나오던 울음과 같은 느낌이었다. 아버지께서 기뻐하시는구나. 하나님 아버지께서 기뻐하시는구나.

한 영혼이 아버지께 돌아오는 것. 여기에 내 생명을 걸수 있을까. 문득 이 질문이 내 마음에 떠올랐다. 한 영혼. 그 한 영혼이 돌아오기까지 보이지 않게 땅에 묻히는 거름이 될 수 있을까. 지금 이 거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작고 낮은 풍경을 위해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가.

순간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늘 아버지께는 내가 하버드 의대에 가는 것보다도, 어느 높은 자리에 이르러 큰 일을 하는 것보다도, 한 영혼이 아버지께로 돌아오는 것을 기뻐하신다. 하나님의 기쁨이 내 삶의 목적이라면, 그것이 정말 그렇다면 이 것을 선택하는 것은 포기가 아니다. 오히려 모든 소유를 팔아 보물이 감춰진 밭을 사는 것이다.

잠시 거실을 빠져나와 캠퍼스를 뛰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DBU를 계속해서 성장시키시는 것도 방금 그 작은 모임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뛰면서 기도했다. 내 안에 하나님의 기쁨보다도 내가 원하는 것, 세상이 추구하는 것을 더 사랑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가난하고 깨졌습니다. 죄악으로 무너졌습니다. 내 안에 소망이 없습니다. 아버지를 찾는 것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비와 긍휼을 구합니다…

조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아직도 조용히 기도하고 있다. 빨래를 돌리고 이 글을 치고 있자니 거실이 시끄러워졌다. 나가보니 모두들 내가 요리한 닭가슴살 김치찌개를 먹고 있다. 하하. 맛있단다. 나도 안먹어봐서 살짝 먹어보니 음… 맛이 좀 오묘했다. 어쨌든 모두들 맛있게 먹고 있으니 나도 기뻤다.

내 삶이 아버지의 기쁨이 된다면. 그것을 간절히 바람에도 불구하고 내 삶은 그것과 거리가 멀기만 하고. 한 영혼에 내 일생을 걸 수 있느냔 질문에 내려놓아야 할 것이 너무나 많기만 한 내 모습이 부끄럽다. 그러나 오늘 일본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나지막히 고백해본다. 주님, 당신의 기쁨이 되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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