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25
당신의 모습이 게이트로 사라진 뒤, 
난 한참을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했습니다. 
그대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생각에
차마 발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온갖 어려움 끝에 온 그대를 보고
익숙한 듯이 별 요동없는 내 감정을 보며 약간 당황스럽기까지 했는데
지금 당신이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은
내 잃었던 반쪽이 함께 함에서 온 자연스러운 안정감이었음을 깨닫습니다.

공항을 혼자 나오며 남겨진 느낌에
어찌할 수 없는 흐느낌이 터졌습니다.
당신과 함게 할 때 그토록 눈부시던 햇살이
이젠 그저 시립기만 할 뿐입니다.

차로 돌아왔지만 이젠 당신이 없는 문을 여는 것이 싫었습니다.
공항을 나오는 길이 그대를 두고 혼자 나오는 것만 같아 너무나 싫습니다.
괴로워 미칠 것 같습니다. 당신 없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습니다.

지금 당신은 분명 저 게이트 너머 어딘가에 있을텐데요,
아직 우리는 같은 땅을 밟고 있는데 
왜 나는 당신과 함께 있을 수 없는 건가요.
잠시후 당신이 몸을 비행기에 실을 때면,
난 적어도 오늘 하루는 하늘에서 움직이는 어떤것도 보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조수석, 당신이 앉아있던 그 곳. 
여행 내내 우리는 손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었죠.
손을 뻗으면 언제나 내 손을 꼬옥 쥐어주던,
기분이나 음악에 맞춰 손 안에서 뛰놀다가는 
손 끝으로 이야기라도 하듯 조용히 쓰다듬다가
갑자기 간지르기도 하며 장난치던 당신의 예쁜 손..
그러나 이젠 허공에 내 손을 뻗어 빈 주먹만 쥐어볼 뿐.

달라스 어머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11시. 
당신이 탄 비행기가 이륙한다는 생각에
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집안 구석구석 당신의 흔적이 나를 미치게 합니다.
금방이라도 그대가 나타날 것만 같은데
문만 열면 이름을 부르며 그대가 올 것만 같은데
걷잡을 수 없이 날 뛰는 마음에 죽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벗어나보려 다른 생각을 해보고
내 감정을 타자화해보려 애를 써보지만
당신의 흔적은 너무나도 짙고 선명합니다.
아마도 그 자취가 내 안에 지독히 배어버린 때문인가요

당신과 함께 한 일주일은 꿈 같았어요.
그냥 함께 한다는 것. 
그 소박한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내 평생 익숙해지지 않길.

일주일은 너무나 행복했고 너무나 짧았습니다.
당신에게 해준 것이 없어 미안합니다. 오히려
무언가 미래의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준비한 여행이
바로 그 전 주에 내 영주권 수속이 막히면서
난 다시 그대를 벌거벗은 빈 손으로 맞아야 했습니다.

난 이제 아버지 앞에서 그저 울고 있습니다. 
원망도 분노도 아닌 그저 아픈 마음 움켜쥐고 울 뿐입니다.
떠나기 전 파르르 떨리던 당신의 눈에 흘러내리던 눈물이 내 가슴을 죄어옵니다.
아버지 앞에 이대로 엎드려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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